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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우연한 수사에서 드러난 7억 횡령…BPA 내부통제 ‘구멍’
  • 장우영 기자
  • 등록 2026-04-03 11:23:52
  • 수정 2026-04-03 14: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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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 도박·생활비 등에 유용…북항 재개발 비리 수사 중 우연히 드러나

부산항만공사(BPA) 소속 직원이 노동조합 조합비 수억 원을 횡령해 인터넷 도박 자금 등으로 탕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전혀 별개의 비리 수사 과정에서 우연히 드러나 공공기관 내부 통제 체계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랙엣지뉴스=장우영 기자]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김현순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BPA 소속 30대 직원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원금 보장하면서 더 높은 이율을"…위원장 지시가 도화선


A씨는 2016년 BPA에 입사해 2018년부터 노동조합 자금 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이른바 '노조 금고지기' 역할을 맡아왔다. 횡령의 발단은 2020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조위원장이 "원금을 보장하면서 더 높은 이율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A씨는 이를 빌미로 조합비를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소액에 그쳤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규모가 불어났다. A씨는 조합비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뒤 일부를 되돌려 놓는 방식으로 범행을 은폐했다. 이런 수법이 반복되면서 약 3년 6개월 동안 총 211차례에 걸쳐 7억 8천여만 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횡령 자금은 인터넷 도박은 물론 생활비와 대출 상환 등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항 재개발 비리 수사하다 '덜미'…"내부선 전혀 몰랐다"


이 사건은 부산항 북항 재개발 비리 수사 도중 우연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이 인허가 및 사업 관련 금전 거래를 추적하던 중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고, 이를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해당 자금이 노조비 횡령임을 밝혀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압수물과 혐의 사실 사이의 관련성이 인정되고, 별건 수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행 기간이 길고 횡령 금액이 크다는 점을 들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범행을 대체로 인정한 점, 횡령 금액 전액을 변제한 점, 피해 노조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초범인 점 등을 두루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BPA는 판결 직후 A씨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송상근 BPA 사장은 "일탈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며 "조직 내 청렴성을 강화하고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 "구조적 재난…통제 시스템 사실상 전무했다는 증거"


한국내부통제협회 윤규섭 회장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공공기관 노조 자금 관리 체계 전반의 허점이 드러난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윤 회장은 "수년에 걸친 대규모 횡령이 내부에서 단 한 차례도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은 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했다는 방증"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네 가지 핵심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집행'과 '승인'의 철저한 분리다. 윤 회장은 "한 사람이 자금 관리와 집행 권한을 동시에 쥐는 구조는 횡령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자금 집행 단계마다 최소 2인 이상이 상호 견제하는 교차 승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는 계좌 흐름 중심의 실질적 감사 강화다. 그는 "형식적인 서류 검토에 그치는 기존 감사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계좌의 자금 흐름을 정기·수시로 면밀히 대조하는 실질 점검 체계를 갖춰야 이상 거래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셋째는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다. 윤 회장은 "일정 금액 이상의 이체가 발생할 경우 담당 상급자에게 자동으로 알림이 전달되거나 추가 승인 절차가 작동하도록 시스템적 차단막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장기간 반복되는 범행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넷째는 노조 회계의 투명성 확보와 외부 검증 확대다. 그는 "노조 운영의 자율성은 마땅히 존중해야 하지만, 회계 관리에 있어서만큼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정기 회계 보고를 의무화하고 전문성을 갖춘 외부 감사를 도입해 제3자의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이와 유사한 사례는 비단 공공기관뿐 아니라 자금을 운용하는 모든 조직에서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지금 당장 자금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거듭 촉구했다.



감사·내부통제 전문지 BLACK EDGE / 장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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