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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금융사고, 해외법인·내부통제서 외부인 대출사기로 무게중심 이동
  • 이지훈 기자
  • 등록 2026-07-06 16: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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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국민 무사고, 신한·하나·우리 각 1건씩…모두 외부인 사기
  • 작년엔 해외법인 횡령이 58.68%…올핸 국내 외부사기로 전환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AI 생성) >


지난해 은행권을 뒤흔든 금융사고가 해외 법인 관리와 내부통제 부실에서 비롯됐다면, 올 상반기에는 양상이 확연히 달라졌다. 신한·하나·우리은행이 잇따라 공시한 사고 대부분이 외부인의 허위 서류와 담보 조작을 이용한 대출 사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4대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만 유일하게 금융사고 공시가 없었고, 나머지 신한·하나·우리은행은 각각 1건씩 사고를 공시했다. 이들 사고는 모두 임직원의 횡령·배임이 아닌, 외부인이 은행을 속여 대출을 받아낸 사기 사건이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 21억 원대 금융사고를, 하나은행도 같은 달 40억 원 규모의 사고를 각각 공시했다. 두 건 모두 대출 실행 과정에서 담보 관련 사항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달 40억 원대 사고를 공시했는데, 외부인이 허위 서류로 대출을 받아낸 이른바 '할인분양 사기'로, 수사기관의 자료 요청 과정에서 뒤늦게 사실이 확인됐다.


세 건 모두 위조된 계약서나 담보 서류로 은행을 기만해 대출을 실행받은 유형이라는 점에서 닮아있다.


<4대 시중은행 금융사고 공시 비교, 출처 : 각사 공시 자료>


지난해와 비교하면 사고 양상의 변화가 뚜렷하다. 지난해 4대 은행이 공시한 금융사고는 총 24건, 규모로는 2,044억 원에 달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10건(264억 원)으로 건수가 가장 많았고, 금액 기준으로는 우리은행이 3건에 1,119억 원으로 최다였다. 신한은행은 5건 125억 원, 하나은행은 6건 536억 원 수준이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법인에서 발생한 횡령·부당거래 규모가 1,199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는 58.68%를 차지하면서, 해외 사업장 관리가 은행권 최대 리스크로 부각됐었다.


반면 올 상반기 공시된 사고는 전부 국내에서, 그것도 외부인에 의한 대출 사기였다는 점에서 사고의 무게중심이 옮겨간 모습이다. 은행들이 지난해 대규모 횡령 사태 이후 책무구조도 도입, 내부통제 강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 등에 힘써온 결과 사고 건수 자체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외부인 사기까지 완전히 막아내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은행권은 AI를 활용한 서류 진위 판별, 담보 검증 체계 고도화, 분양계약 정보 연계 등으로 대출 심사 검증을 강화하고 있지만, 갈수록 정교해지는 사기 수법을 원천 차단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재직증명서나 재무제표, 분양계약서 등이 실물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정밀하게 위조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업의 실제 매출이나 공사 진행률, 담보 가치 등을 은행이 실시간으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 접근 제한으로 관계기관 데이터를 즉각 대조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여기에 브로커와 공인중개사, 법무사, 차주 등이 조직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제출 서류만으로는 이상 징후를 포착하기가 쉽지 않고, 기업금융 특성상 신속한 자금 집행이 요구돼 모든 건을 장기간 실사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은행들이 AI 기반 위·변조 탐지 기술을 고도화해도 위조 수법 역시 함께 진화하면서, 이른바 '창과 방패'의 경쟁이 계속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외부 사기의 경우 은행도 피해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현행 공시 체계에서는 대부분 '금융사고'로 일괄 분류돼 내부통제 실패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법 제34조의3 제3항에 따라 3억 원 이상의 금융사고는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고, 10억 원 이상이면 사실상 공시 대상이 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역시 외부 범죄의 피해 당사자인 경우가 많은데도 동일하게 금융사고로 공시되면서 소비자들이 이를 내부통제 실패로 오인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시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외부인 사기는 내부 직원의 횡령·배임과는 성격이 다른 만큼 사고 유형과 은행의 책임 소재를 구분해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감사·내부통제 전문지 BLACK EDGE /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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