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공제회가 자회사 사업에 대해 기본적인 검토도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도록 방조한 끝에, 367억 원의 손실을 떠안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럼에도 손실 회수나 사후대책 마련은커녕, 사실상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블랙엣지뉴스=유은상 기자] 감사원은 군인공제회가 자회사 공우이엔씨㈜가 추진한 생활형숙박시설 사업에 대해 사실상 관리·감독을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총사업비 719억 원 규모의 이 사업에서 공우이엔씨는 시공사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대출에 대해 책임준공 조건의 변제의무까지 부담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공우이엔씨는 이사회 승인도 없이 무리한 보증을 단독으로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사업시행사가 공사 선급금을 돌려받아 채무 상환에 사용하는 등 횡령 정황까지 드러났다.
감사원은 공사비 선급금이 실제 공사에 쓰이지 않고, 시행사와의 이면 약정에 따라 다시 반환된 사실을 확인했다. 공우이엔씨는 공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선급금을 다시 시행사에 돌려줬고, 이 자금은 시행사의 기존 채무 상환 등 사업 외 용도로 유용되었다. 감사원은 이를 명백한 자금 유용, 즉 횡령 정황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이러한 위법 행위와 리스크가 군인공제회 내부에서 인지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인공제회가 계약서 검토나 자금 집행 점검 등 최소한의 관리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당시 군인공제회 실장은 자회사 대표와의 사적 친분을 이유로 사업의 문제점을 보고서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했고, 상부에는 왜곡된 내용으로 보고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 사업은 2022년 분양 실패와 자금 부족으로 무산되었으며, 자회사의 경영 악화로 군인공제회는 사업비 367억 원 전액을 대위변제하게 됐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이후였다. 감사원은 “군인공제회가 막대한 손실을 입고도,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자 문책이나 손실 회수를 위한 전략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적 조치, 채권 회수, 자산 매각 방안 마련 등 사후 대응이 전무한 상태였고, 심지어 해당 사업에 대해 내부 감사를 실시하거나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한 적도 없었다.
감사원은 이 사건을 두고 “자회사 관리와 사업 검토, 사후 대응까지 모든 단계에서의 중대한 부실”이라고 판단하고, 군인공제회에 대해 관련자 문책, 자회사 감사 실시, 회수 방안 수립 및 유사 사례 재발방지를 위한 절차 정비를 요구했다.
군인공제회는 현재 관련 대출채권 처리 및 자산 매각 방안을 검토 중이며, 향후 자회사 사업의 리스크 관리와 사후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감사·내부통제 전문지 BLACK EDGE / 유은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