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직원공제회(이하 교직원공제회)가 투자한 미국 호텔 자산의 가치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추가 투자에 대한 리스크 검토도 없이 136억 원을 추가로 집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전체 투자금 전액이 손실 처리됐다.
[블랙엣지뉴스=유은상 기자]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는 2018년 미국 소재 호텔에 1,088억 원 규모의 중순위 대출채권을 투자한 뒤, 호텔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2020년 12월 136억 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운용사는 자산 안정화를 명목으로 추가 대출을 제안했지만, 이 결정의 타당성은 심각하게 결여돼 있었다.
당시 운용사가 제출한 재무모델에는 해당 호텔의 향후 영업이익률이 5.85~8.58%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있었고, 선순위 채권자는 9% 미만일 경우 대출 연장을 거절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교직원공제회는 선순위 채권자가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은 채, 단지 “기존 대출채권을 매각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만으로 추가 대출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운용사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대출채권을 매각했을 경우에도 최소 40~51%의 원금 회수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감사원은 “오히려 손실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외면하고, 낙관적 기대만으로 투자를 강행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식 리스크 검토 및 심의 절차가 생략됐다는 점이다. 교직원공제회는 이번 추가 투자를 “신규 투자”가 아니라 기존 계약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해, 자산운용규정상 필수 절차인 리스크 검토보고서 및 투자심의위원회 의결 없이, 임원회만 거쳐 투자금 집행을 결정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현재 규정은 신규 투자만을 대상으로 리스크 검토를 의무화하고 있어, 수백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와 같은 결정이 심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구조”라며, 자산운용 규정 개정과 내부통제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 호텔 자산은 2023년 7월 선순위 채권자가 대출 연장을 거부하면서 매각 절차에 들어갔고, 교직원공제회는 기존 투자금 1,049억 원과 추가 투자금 136억 원을 포함해 총 1,185억 원 전액을 손실 처리해야 했다.
교직원공제회는 이번 감사 결과를 수용해, 향후 추가 투자나 계약 변경도 신규 투자에 준해 리스크 검토와 투자심의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규정 정비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감사·내부통제 전문지 BLACK EDGE / 장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