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한국투자공사, 지방·군인·과학기술인 공제회 등 5개 공적 자산운용기관이 62조 원 규모의 해외부동산 자산을 운용하면서, 시장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자산가치를 장부상 그대로 유지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공정가치 평가의 핵심인 시장가격을 무시한 회계처리로 손익 인식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엣지뉴스=조진영 기자] 감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 한국투자공사, 대한지방행정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군인공제회는 2023년 말 기준 해외부동산에 총 62조 원을 투자하고 있었으며, 이 중 상당 자산이 시장거래 사례가 존재함에도 감정가나 내부 판단만으로 장부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기관은 미국 뉴욕 소재 호텔에 대해 2022년 감정평가 결과 매입가 대비 약 38.6% 하락한 평가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자산의 장부가액은 조정하지 않았다. 이는 감정평가사가 “유사 거래 사례 부족”을 언급한 것이 원인이었으나, 감사원은 “시장가격이 존재하는 이상 이를 배제하는 것은 회계 신뢰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다른 기관은 유사 자산이 매입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각된 사례가 다수 존재함에도, 해당 정보는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고, 손익 역시 인식되지 않았다.
더불어 5개 기관은 공정가치 평가를 회계상 ‘예외’로 인정하는 자산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어, 동일한 자산을 공동 투자한 경우라도 기관별로 손익 인식 결과가 달라지는 기형적 회계 구조가 발생하고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에 감사원은 각 기관들에 공정가치 평가 시 시장가격(실거래 사례 등)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내부 기준 개정할 것, 감정평가 결과뿐 아니라 실거래 동향, 매각 가능성 등 정성적 요소를 함께 반영할 것, 예외 적용 자산의 범위를 축소하고, 기관 간 평가기준을 통일할 것을 권고하면서, “해외 자산의 실질가치를 투명하게 반영하지 못한 회계관리 부실”로 규정하고, 관계 기관에 제도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를 요구했다.
해당 기관들은 감사 결과를 수용하고, 시장 기반 평가 기준 및 외부검증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사·내부통제 전문지 BLACK EDGE / 조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