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은행이 허위로 작성된 이사회 의사록과 주주명부를 근거로 10억 원의 대출을 승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 시스템에 대한 허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건은 금융기관이 기본적인 사실 확인 없이 서류만으로 대출을 승인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지적된다.
[블랙엣지뉴스=유은상 기자] 해당 사건은 지난해 말 한 중견기업의 내부 감사가 대출 사실을 확인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사 결과, 이 회사는 이사회 결의 없이 간부 김 모 씨가 허위로 작성한 서류를 산업은행에 제출해 대출을 받았으며, 김 씨는 대출금을 개인 계좌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회사 측은 김 씨를 횡령 및 대출사기 혐의로 형사 고발한 상태다.
산업은행은 허위 서류로 인한 대출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으며, 사건 인지 후에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해당 기업이 경영권 분쟁 중이고 현재로서는 금전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대출금 회수 여부는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응이 금융기관의 심사 책임 회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산업은행은 “서류의 진위 확인은 수사기관의 몫”이라고 밝혔고, 금융감독원 역시 “사전 검증은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에 제도적 장치는 없다”고 밝혔다.
금융기관이 이사회 의사록이나 주주명부 같은 핵심 문서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부재하다는 점은, 향후 유사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는 국책은행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뿐 아니라, 전체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산업은행은 과거에도 부실 대출로 지적을 받았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 간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에 6조 5천억 원을 대출해 문제가 되었으며, 이후 2014년부터 2018년까지도 페이퍼컴퍼니에 4조 2천억 원을 대출한 사실이 드러나 재차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감사·내부통제 전문지 BLACK EDGE / 유은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