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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당 10만 원 상한 무력화”…한국마사회, ‘구매권’ 무제한 판매로 과다베팅 방치
  • 장우영 기자
  • 등록 2026-01-23 11:18:49
  • 수정 2026-01-23 17: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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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가 경마 고객의 과도한 마권 구매를 막기 위해 운영해야 할 마권 구매상한제(1경주 10만 원)의 취지를 스스로 왜곡 적용해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마사회가 약관상 ‘1회’ 기준을 ‘경주 1회’가 아닌 ‘구매행위 1회’로 해석하면서, 현금 구매 고객들이 한 경주에 10만 원을 훌쩍 넘겨 베팅할 수 있는 구조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블랙엣지뉴스=장우영 기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마사회는 「승마투표약관」 제8조 등에 ‘1인이 1회에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은 10만 원까지’로 구매상한을 두고, 위반 시 제지·퇴장 등의 조치를 한다고 안내해왔다. 그러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경마·경륜·경정 등 ‘경주’를 단위로 베팅이 이뤄지는 경주류 사행산업은 ‘경주당 상한’으로 단속해온 점을 고려하면, 약관의 ‘1회’는 ‘마권 구매행위’가 아니라 ‘경주 1회’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사진: 마권 무인발권기, 출처: 위키백과>


문제는 마사회가 현금 구매 방식에서 이 기준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점이다. 마사회는 2016년 이후(서울·부산경남·제주경마장 마주실 제외) 유인창구에서 마권을 직접 발매하지 않고, 현금으로 ‘구매권’을 판매한 뒤 고객이 무인발매기로 마권을 발행하도록 운영해왔다. 그런데 구매권은 마권과 달리 구매상한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금액 제한이 없고, 마사회도 구매권 발매한도액을 따로 정하지 않아 사실상 무제한으로 판매됐다. 그 결과 고객은 구매권을 여러 장 산 뒤 무인발매기에서 10만 원권 마권을 연속·반복 구매할 수 있었고, 감사원은 이 구조가 “결과적으로 1경주 구매금액에 제한이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2022~2024년 발매된 10만 원권 적중마권 가운데 환급금 지급을 위해 구매자 정보 확인이 가능한 지급조서 작성 건 1만6,294건을 표본 분석한 결과, 동일인이 같은 경주에서 10만 원을 초과해 구매한 것으로 분류된 건수는 4,278건(26.3%)에 달했다. 이 중 A씨의 경우 2024년 8월 23일 유인창구에서 10만 원권 구매권을 22장 이상 구매한 뒤 무인발매기에서 10만 원권 마권 22장을 연속 구매해 제주경마장 제7경주에 한꺼번에 베팅했고, 이 중 21장이 ‘1경주 10만 원’ 상한을 초과한 구매로 확인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구매상한 준수 계도·단속도 형식적이었다. 마사회는 마권·구매표·무인발매기 화면 등에 경고문구를 표기하면서도, “구매상한선 준수”처럼 추상적으로 안내하거나 “1인 1회 마권구매 상한선은 10만 원”이라고 표기해 ‘1경주 10만 원 초과 베팅이 단속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리지 않았다. 더 나아가 구매상한 위반자 조치를 위한 자체 근거 규정도 미비했고, 직원 매뉴얼인 「건전경마 운영 매뉴얼」에는 구매상한 기준을 사감위 기준(1경주 10만 원)이 아닌 마사회가 현금 판매에 적용해온 ‘1회당 10만 원(per bet)’으로 설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무인발매기를 이동하며 10만 원 이상 구매” 같은 위반 사례를 예시로 들어 매뉴얼 자체가 자기모순을 안고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단속 실적 격차도 확인됐다. 2024년 과천경마장 본장에서 사감위는 소수 인력(주 1회, 1~2명) 점검으로 구매상한 위반 472건을 적발한 반면, 마사회는 경마일마다 다수 인력(층별 5~6명, 총 30~35명)이 상시 질서유지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같은 기간 구매상한 위반 단속 148건에 그쳤다. 1인 1일 평균 단속 건수로 환산하면 마사회가 0.03건, 사감위가 6.2건으로 차이가 컸다는 것이 감사원 설명이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한국마사회장에게  ① 「승마투표약관」 제8조의 구매상한 기준을 ‘1회’에서 ‘경주 1회’로 명확히 개정하고, ② 마권·마권발매기 등에 “1경주 10만 원”임을 분명히 표기해 적극 홍보·계도하며, ③ 위반행위는 엄격히 단속·조치하는 등 구매상한제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마사회는 감사 결과에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으며 약관 개정과 안내문구 정비, 예방·계도 활동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내부통제 전문지 BLACK EDGE / 장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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