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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증빙 없이 백신 접종비 지급
  • 장우영 기자
  • 등록 2026-01-23 11:20:02
  • 수정 2026-01-23 17: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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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조금 사업인데 “증빙 검토 없이 지급”…접종 1건당 1만원, 연간 18억 가까이 집행
  • 감사원 “폐사·도축 뒤에도 접종 내역”…54두가 ‘사후 접종’으로

한국마사회가 농림축산식품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말 백신 지원 사업을 운영하면서, 개체식별 증빙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접종비를 지급해 폐사·도축된 말에 대해서도 접종 내역이 승인·반영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일부 방역수의사는 마이크로칩 식별자료를 임의로 수정·작성하거나, 칩 식별 없이 농가가 불러주는 대로 명단을 적어 제출했는데도 마사회가 이를 증빙자료로 인정해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수의사가 말에게 백신을 주사하고 있다. 출처: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블랙엣지뉴스=장우영 기자] 마사회는 「말산업 육성법」 등에 따라 농식품부로부터 말 방역·보건관리 업무를 위탁받아 매년 말 백신 지원 사업을 수행해왔다. 2024년 기준 사업비는 농식품부 보조금 13억 200만 원, 마사회 자체예산 5억 2400만 원으로, 합계 약 18억 2,600만 원 규모다. 


사업 구조는 간단하다. 말 소유자나 관리사가 수의사에게 접종을 의뢰하면 수의사가 마이크로칩으로 개체 확인 후 백신을 접종하고, 접종 내역을 마사회 전산(R-man)에 입력한다. 마사회가 이를 승인하면 말산업종합정보시스템(호스피아)에 공시되고, 마사회는 수의사에게 접종 건당 1만 원의 접종비를 지급한다(말 1두당 반기 2건 접종). 그런데 이 ‘승인·지급 단계’에서 필수 증빙 검토가 너무나 허술했다.


감사원은 사업 적정성을 점검하기 위해 2022~2024년 마사회의 말 용도다각화사업으로 폐사 등록된 말 414두, 그리고 2024년에 제주에서 도축돼 개체식별이 가능한 도축 말 710두 등 총 1,124두를 대상으로, 폐사일·도축일 이후 접종 내역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2022년 11월 1일 폐사 처리된 말이 같은 해 12월 13일 접종된 것으로 기록되거나, 2024년 10월 21일 도축된 말이 11월 17일 접종된 것으로 입력되는 등 폐사 또는 도축된 말 54두가 백신 접종 내역에 포함돼 있었다. 감사원은 이런 내역이 “착오” 수준을 넘어, 증빙자료 조작·부실 확인·관리 실패가 결합된 결과로 보고 4개의 유형별로 문제점을 제시했다.


○유형 1: 마이크로칩 식별자료를 ‘임의 수정·작성’

2024년 하반기 사업에 참여한 수의사 L은 마이크로칩 식별자료에 접종시간·접종내역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임의 수정해 제출했고, 실제로는 도축 등으로 칩 식별이 되지 않은 말이나 백신 파손으로 접종하지 않은 말에 대해서도 식별자료를 추가 입력해 만들어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마사회는 접종비 지급 과정에서 ▲식별자료가 임의 수정됐는지 ▲실제 개체식별을 하지 않은 내역이 섞였는지 등을 검토하지 않고 접종비를 지급했다.

 

감사원은 “식별기를 PC에 연결해 엑셀로 내려받는 형태라면, 실제 식별하지 않은 내역도 추가 입력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봤다. 실제로 L의 자료에서는 식별자료의 날짜와 R-man 입력 접종일 불일치(23건), 식별시간 연속·중복(493건) 등 조작 의심 정황이 다수 확인됐는데도 지급이 이뤄졌다고 적시됐다.


또 다른 유사 사례로, 수의사 J는 2024년 하반기 제출한 622건 중 장소 간 물리적 이동이 불가능한 시간대에 여러 곳을 연속 접종한 것처럼 기재되거나, 시간이 역순으로 찍히는 등 허위 작성 정황이 있는 168건이 있었는데도 마사회가 그대로 접종비를 지급한 것으로 감사원은 지적했다.


○유형 2: 객관적 증빙이 없는 상태에서 접종비가 지급  

마사회는 2024년 하반기부터 마이크로칩 식별자료 제출을 원칙으로 하되, 칩 인식이 어려우면 사진 등 다른 증빙을 제출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오히려 허점이 커졌다. 수의사 K는 개체식별기 자체를 지급받지 않은 채, 칩 식별 없이 750두를 접종했다고 처리했고, 호스피아 등에서 출력한 말 명단에 수기로 확인 표시하거나 칩 번호를 손으로 적어 제출했다. 마사회는 이처럼 칩 식별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자료를 “증빙자료”로 인정해 접종비를 지급했고, 그 과정에서 접종일 이전에 도축된 말까지 명단에 포함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감사원은 이런 방식이 사실상 “말 소유자·관리사가 불러주는 대로 접종명단을 만드는 구조”로 굳어져, 부정 청구를 걸러낼 통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봤다.


○유형 3: 착오 또는 명단 재활용 등으로 폐사마가 접종 내역에 포함

수의사 N은 2022년 11월 29일 폐사한 말을 2023년 6월 15일 접종한 것처럼 입력했는데도 마사회가 이를 승인·지급했다. 또 수의사 J는 거래 관계가 있던 농가의 기존 접종 명단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폐사한 말이 포함된 채 제출됐다고 감사원은 적시했다. 


감사원은 이런 사례 역시 “폐사·도축 여부를 교차 검증했다면 사전에 걸러졌어야 할 항목”으로 본 것이다. 


○유형 4: “수의사 자가소유마 접종비”도 지급

마사회는 내부적으로 수의사 본인이 소유한 말(자가소유마)에 대해서는 접종비를 신청할 수 없도록 운영해왔다(2022년 상반기 교육자료에 명시). 그런데 감사원은 마사회가 이 방침을 수의사에게 충분히 고지하지도 않았고, 지급 단계에서 자가소유마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아 실제로 접종비가 지급된 사실을 확인했다.


최근 3년(2022 상반기~2024 하반기) 동안, 수의사 J는 자가소유마 9~13두에 대해 총 142건의 접종비를 신청했고, 마사회는 이를 그대로 지급해 142만 원이 지급됐다(두당 2건×건당 1만 원).


감사원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보조금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한국마사회가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감사원은 먼저, 마사회장에게 마이크로칩 식별자료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도축된 말에 대해 접종비를 부당하게 신청한 방역수의사가 있는지 전반적으로 점검하도록 통보했다. 점검 결과 부정수급이 확인될 경우에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조금 반환 명령 등 환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재발 방지를 위해 주의 조치도 함께 내렸다. 허위 식별자료 제출이나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증빙자료를 근거로 폐사마나 실제 접종하지 않은 말에 대해 접종비가 지급되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절차를 강화하라는 것이다. 특히 내부 방침으로 정해놓고도 지켜지지 않았던 ‘수의사 자가소유마 접종비 미지급 원칙’이 다시 위반되지 않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지적했다.


마사회는 ▲방역수의사로부터 개체식별기 자료를 제출받아 마이크로칩 식별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칩 식별자료 외 증빙자료가 제출될 경우에는 농가 등 수혜처를 상대로 접종 여부를 교차 확인하며 ▲자가소유마 접종비 지급 금지 내용을 안내문에 명시하고 지급 단계에서 소유 여부를 확인하는 모니터링 절차를 마련하는 등 감사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사원은 이 같은 개선 조치가 실효성 있게 이행될 수 있도록, 말 백신 지원 사업 전반에 대한 관리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감사·내부통제 전문지 BLACK EDGE / 장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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