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공기관 인력운용실태 감사 결과 한전과 발전자회사 등 공공기관에서 초급간부(통상 3~4급 직위자) 승진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인력 운용 비효율과 업무 처리 부실·지연, 조직 구조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임이사 등 임원 승진 기피도 광범위하게 나타나 조직 활력 저하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초급 간부·임원 승진 기피 실태, 출처: 감사원 「공공기관 인력운용실태」감사 보고서>
[블랙엣지뉴스=강호림 기자] 설문조사 결과, 분석 대상 35개 기관 가운데 한전·한전KPS·한수원·서부·남부·남동·중부발전 등 7개 기관에서 비간부 직원의 승진 의사가 30% 이하로 나타나는 등 초급간부 승진 기피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관들은 “기관 내 승진 기피가 있다”는 응답이 90% 이상, “정도가 심하다”는 응답도 50% 이상으로 집계됐다.
실제 승진시험 경쟁률도 장기간 하락세다. 최근 15년간 승진시험 제도를 운영한 12개 기관의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모두 지속 하락했으며, 한전KPS는 2024년 경쟁률이 0.2대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관은 최근 몇 년간 시험 응시자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미달’이 매년 반복되는 상황이다.
승진 기피로 초급간부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한 명의 초급간부가 여러 부서를 겸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5년 1월 기준으로는 일부 기관에서 초급간부 결원이 수십 명 규모로 발생했고, 한수원에서는 2020~2024년 사이 초급간부들이 장기간 타 부서를 겸임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이 같은 인력 공백은 현장 안전과 업무 성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 발전사에서는 초급간부가 장기간 겸직하는 과정에서 안전작업 허가 절차가 누락되는 등 부주의 사례가 자체감사에서 적발됐고, 한전KPS는 초급간부 공석으로 정비공사 시운전이 2주 지연된 사례도 보고됐다.
또 승진 기피로 수도권 등 선호 권역에 장기근속자가 집중되며 지역 간 고연차·저연차 인력 불균형이 심화되고, 초급간부의 교육·관리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도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승진 경쟁률 저하로 저연차·비숙련 직원의 조기 승진이 가능해져 초급간부 역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승진 기피의 원인으로는 업무량 과중(62%), 보상 불충분(52%), 거주지 이동 부담(42%)이 주요하게 꼽혔다. 초급간부는 상급자 지시 수행과 하급자 관리·지원이라는 이중 역할로 업무량과 책임이 늘지만, 정작 직원에 대한 통제 권한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직원 비위나 안전사고 발생 시 관리책임을 지는 구조도 부담을 키운다.
보수 측면에서도 문제는 뚜렷했다. 일부 기관에서는 초급간부가 승진했음에도 일반 직원보다 연평균 보수가 낮아지는 ‘임금역전’이 발생했으며, 승진 직후 낮은 근무평정 등급을 받는 경우가 많아 성과급 격차가 확대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여기에 초급간부는 순환근무 주기가 더 짧고 본사 근무 원칙 등으로 이주 부담이 커지는데도 주거·교통 지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선 방안으로는 △조직진단을 통한 업무량 재배치와 겸직 완화 △초급간부의 평가가 직원 보수·인사에 직접 연계되도록 권한 강화 △승진 직후 일정 기간 근평등급을 평균 이상으로 보장하는 등 보상 강화 △직무급·수당 체계 개선 △순환보직 기간 완화 및 희망근무지 우선 배치 △교육·연수 확대 등 비금전적 보상 강화가 제시됐다. 다만 총인건비 제약과 노조 반발, 평가 신뢰성 확보 등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건도 함께 제기됐다.
“임원(상임이사)도 승진 기피”… 연봉 감소·성과급 불확실·정년 미보장
초급간부에 이어 임원 승진 기피 현상도 광범위하게 확인됐다. 상임이사·1급 대상 설문에서 분석 대상 35개 기관 중 31개 기관에서 임원 승진 기피가 존재한다는 응답이 나왔고, 일부 기관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기피 현상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10년간 상임이사의 승진 연령이 높아지는 추세도 나타났다. 정년까지 5년 이상 남은 상태에서 임원이 되는 비율은 줄고, 정년이 임박한 시점에 승진하는 비율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임원 승진이 ‘핵심 인재의 성장 경로’라는 기능을 잃으면서 조직 전반의 동기 저하와 리스크 회피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원인으로는 임금역전(77%), 정년 미보장(49%), 업무량 급증(42%)이 꼽혔다. 2015~2022년 재직한 상임이사 235명을 분석한 결과, 약 30% 가까이가 승진 후 연봉(기본연봉+성과급)이 오히려 감소한 사례가 있었고, 이는 성과급 미지급(경영평가 저조)이나 직무급·고정수당 미지급 등 구조적 요인의 영향이 컸다. 또한 임기(2년)와 연임이 불투명하다는 인식 때문에 단기 실적 중심 운영으로 흐를 가능성도 지적됐다.
개선 방향으로는 △임원 기본연봉 상한의 탄력적 조정 및 최소 기본연봉 보장 △경평성과급과 분리된 내부성과급 도입 또는 성과급 하한 설정 △임원 성과급을 1년 단위가 아니라 임기 전체 성과로 지급하는 방식 검토 △개인 성과 반영을 강화하는 평가 가이드라인 마련 △성과·윤리 문제 없을 시 연임 보장 등 임기·정년 불안 완화 △임기 종료 후 직원 복귀 또는 자문직 신설 등이 제시됐다.
감사·내부통제 전문지 BLACK EDGE / 강호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