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수의계약 금액 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실제 계약을 수행하지 않은 여성기업 명의를 빌려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감사에서 확인됐다. 공무국외출장 항공권 구매대행 용역에서도 경쟁입찰 대상 계약을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맡기거나, 3천만 원 초과 계약임에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계약업무 전반의 부적정 사례가 지적됐다.

[블랙엣지뉴스=장우영 기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마사회는 2023년 9월 14일 여성기업인 주식회사 ○○(대표 T)와 수의계약으로 ‘경마중계용 다채널 녹화재생기 구매계약’(4,301만 원)을 체결했고, 2024년 5월 29일에는 여성기업인 주식회사 ○○(대표 U)와 수의계약으로 ‘AI 심의 프로그램 개발 용역’(5,000만 원)을 체결했다.
현행 규정상 추정가격 2천만 원 초과 1억 원 이하의 물품·용역 계약은 여성기업과 수의계약이 가능하지만, 수의계약 금액 제한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실제 이행 주체가 아닌 업체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계약금액 3천만 원을 초과할 경우 계약 목적과 금액 등을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당사자 서명·날인으로 계약을 확정해야 한다.
기존 납품사 장비 사려다…“소개받은 여성기업 명의로 계약”
감사에서 문제로 지적된 ‘다채널 녹화재생기 구매’는 마사회가 안정적인 경마중계 방송시스템을 위해 예비장비 도입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담당 부서는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을 이유로 기존 제조·납품업체에 견적을 의뢰했지만 금액이 2천만 원을 넘자 해당 업체와 직접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다.
이후 담당 부서는 기존 업체로부터 여성기업을 소개받아 여성기업 명의 견적서(4,301만 원)를 제출받고, 이를 근거로 여성기업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실제 계약 물품은 계약상대자인 여성기업이 아니라 기존 제조·납품업체가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
‘AI 심의 프로그램 개발 용역’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사회는 2024년 1월부터 AI 기술 보유업체와 시범도입 논의를 진행하며 해당 업체에 용역을 맡기기로 했으나, 추정가격이 2천만 원을 초과해 해당 업체와 수의계약이 불가능하자 여성기업을 소개받아 여성기업 명의 견적서(5,000만 원)를 제출받고 여성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실제 개발은 계약상대자가 아닌 AI 기술 보유업체가 수행했고, 개발 완료 후 마사회는 2024년 11월 용역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는 “실제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여성기업의 명의를 빌려 수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계약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국외출장 항공권 구매대행 용역에서도 부적정 사례가 확인됐다. 마사회는 2018년부터 2025년 6월 13일까지 예산이 반영된 공무국외출장 226건 중 일부에서 용역계약 금액이 2천만 원을 초과해 공개경쟁입찰로 업체를 선정해야 함에도, 특정 업체를 경쟁 절차 없이 임의로 선정해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1건은 계약금액이 3천만 원을 초과해 계약서를 작성해야 함에도 구두로 계약을 진행해 상위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는 이로 인해 “특정 업체에 수주 특혜를 주고, 다른 업체가 경쟁에 참여할 기회를 잃게 했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지적사항을 수용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다만 일부 국외출장 계약에 대해서는 ‘시급성’을 이유로 수의계약 추진이 불가피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감사는 이 중 1건은 비정기적 출장 사유로 시급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계약서 미작성은 위법 소지가 명확하다고 봤다. 다른 1건에 대해서는 말산업·승마 벤치마킹 등 출장 목적상 시급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마사회의 해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한국마사회장에게 앞으로 수의계약 금액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여성기업 명의를 빌려 계약을 체결하거나, 경쟁입찰 대상인 항공권 구매대행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추진하는 일이 없도록 계약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내부통제 전문지 BLACK EDGE / 장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