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한국무역보험공사(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수출입은행)이 석유시추선(드릴십) 수출 관련 선박금융 계약을 운용하면서 핵심 담보를 충분한 검토 없이 해제하는 등 사후관리를 부적정하게 수행해 대규모 손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이 2013년 국내기업의 드릴십 3척 수출계약과 연계된 18억 달러 규모의 선박금융 계약에 참여한 뒤, 용선계약이 확보되지 않은 선박에 대해 대출금 인출 조건을 사실상 완화하는 ‘웨이버(waiver)’를 승인하고, 이후 공동담보 해제 요청까지 받아들여 손실 위험을 키웠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무역보험공사는 약 2,400만 달러, 수출입은행은 약 3,500만 달러 등 총 5,900만 달러 손실이 2023년 확정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해당 선박금융은 실질 차주인 해외 해양석유시추 전문기업이 자기자본 3억5천만 달러와 대출 14억5천만 달러를 조달해 드릴십 3척을 인수·운용하고, 용선료(임대료) 수입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구조였다. 대주단은 대출 실행 전부터 “용선기간 2년 이상, 하루 용선료 50만 달러 이상”의 장기 용선계약 체결을 대출 인출 선행조건으로 부가하고, 3척 선박의 소유권과 용선료 수입을 만기까지 ‘1순위 공동담보’로 묶어 리스크를 관리하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용선계약이 없던 선박에 대해 차주 측은 6개월 단기 용선계약과 장기계약 ‘의향서(LOI)’를 제출하며 대출 인출을 요구했고,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은 구속력 없는 의향서와 차주 측 지급보증을 근거로 웨이버를 승인한 것으로 감사에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의향서의 작성 연도 오기 등 정황이 있었음에도 양 기관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점도 함께 지적했다.
이후 차주 측은 용선계약 체결 기한 유예를 추가로 요청했고,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은 이를 그대로 승인했다. 그 결과 선박은 당초 조건에 못 미치는 저가·단기 용선계약만 반복적으로 체결하거나, 운영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용선료가 책정되는 등 상환 재원이 불안정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됐다.
감사원은 특히 2014년 차주 측이 “일부 선박 대출의 조기상환”을 조건으로 3척 공동담보 중 한 척의 담보 해제를 요청하자,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이 손실 위험이 더 큰 선박의 위험을 줄이는 방식(조기상환 유도 등)을 검토하지 않고 웨이버를 승인해 공동담보를 해제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해제된 선박은 장기 용선계약으로 대규모 용선수입 잔량이 남아 있어, 다른 선박의 상환에도 활용될 수 있는 핵심 담보였다는 것이다.
이후 유가 하락과 시추선 과잉발주 등으로 차주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됐고, 차주는 미국 연방파산법(챕터11)에 따른 회생절차를 두 차례 신청했다. 감사원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 회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무역보험공사는 2021년 보험금을 지급한 뒤 일부만 회수해 약 2,353만 달러 손실이 확정됐고, 수출입은행도 대출금 회수에 실패해 약 3,485만 달러 손실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에 대해 “국제 업황 변동 등으로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실 위험을 가중시키는 중요 계약변경을 충분한 검토 없이 승인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 요구했다.
양 기관은 감사 결과를 받아들이며, 장기 금융업무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연수 강화와 인수인계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내부통제 전문지 BLACK EDGE / 곽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