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역보험공사)의 수출신용보증 운용 과정에서 보증 제한사유 심사와 사후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임금체불 기업에 대한 보증 제공, 4대 보험료 체납 기업에 대한 무감액 연장, 본·지사 거래를 수출로 위장한 대출에 대한 보증 발급 등 다수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제도 개선을 통보·주의 요구했다.

<한국무역보험공가 수출신용보증 홍보영상 중 일부, 출처: 한국무역보험공사 유튜브 채널>
[블랙엣지뉴스=장우영 기자] 감사원의 무역보험공사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무역보험공사는 「무역보험법」 등에 따라 중소·중견기업이 금융기관에서 수출지원자금을 대출받을 때 대출금의 90% 한도 내에서 상환을 보증하는 수출신용보증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공급 규모를 보면 수출신용보증(선적전)과 수출신용보증(포괄매입)이 2024년 기준 전체 수출신용보증 공급액의 89.8%를 차지했다. 손해율은 선적전 보증이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200%를 넘었고, 포괄매입은 2023년 이후 150%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먼저 수출신용보증(선적전) 보증심사에서 임금체불 여부 확인이 미흡했다고 밝혔다. 무역보험공사는 보증 신청 기업의 임금체불 여부를 고용노동부 자료 등으로 확인하지 않고, 4대 보험 체납 여부 조회로 이를 갈음해 왔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4대 보험 체납 여부와 임금체불 여부는 관련성은 있으나 일치한다고 볼 수 없어, 보험 체납 여부만으로 임금체불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감사원이 2018년부터 2025년 3월까지 선적전 보증 신규 이용기업 4,777개를 분석한 결과, 신규 보증 인수 당시 이미 임금체불 내역이 있던 기업이 64개(보증 255억 원)였고, 이 가운데 15개 기업(23%)에서 59억 원 규모의 보증사고가 발생했다. 감사원은 일부 사례에서 보증 발급 직전 임금체불 진정이 접수되고, 조사 결과 체불이 확정돼 검찰 송치까지 이뤄졌음에도 신규 보증 과정에서 확인·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후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보험공사는 내규상 보증 이용기업이 4대 보험료를 체납하면 보증한도를 감액하도록 하고, 조기경보 모니터링에서 ‘관찰경보’로 평가해 관리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무역보험공사가 2019년 이후 “중소기업 금융 애로 완화” 등을 이유로 4대 보험 체납 기업에 대해 보증한도 감액 없이 보증기간을 연장하고, 관찰경보에 대해서는 방문점검 등 사후조치를 사실상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결과 2020년부터 2025년 4월까지 4대 보험 체납 경보 이력이 있는 1,158개 기업 중 258개 기업(22%)에서 보증사고가 발생했고, 경보 4회 이상 기업의 사고 발생 비율은 25~32% 수준으로 확인됐다.
수출신용보증(포괄매입)에서도 구조적 허점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보증기간 연장 심사 때 감액 기준이 되는 ‘자기자금 결제비율’을 금융기관들이 산정 과정에서 과소 계산하고 있는데도 무역보험공사가 이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2020년 9월 이후 보증기간 연장 983건 중 981건에서 자기자금 결제비율이 과소 산정된 것으로 나타났고, 산정 기준을 일치시켜 다시 계산할 경우 자기자금 결제비율이 30%를 초과하는 사례가 16건(14개 기업, 1,165만 달러·162억 원)으로 집계됐다. 감사원은 이 경우 감액 규모가 16억 원, 재보증 할증 규모가 1,379만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포괄매입 보증은 국내 본사와 해외 지사(현지법인) 등 ‘본·지사 거래’를 수출로 위장해 대출을 일으킬 수 있는 도덕적 해이 우려가 큰데도, 무역보험공사가 개별 수입자 확인 없이 보증서를 발급하고 은행에도 본·지사 관계 확인 의무를 부과하지 않아 악용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됐다. 실제로 2024년 4월까지 포괄매입 보증사고 43건 중 8건(18.6%)에서 본·지사 거래가 확인됐고, 무역보험공사는 사고 이후 조사 과정에서야 이를 확인해 일부 기업을 사기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감사원은 표본 130개 기업을 단순 비교한 것만으로도 본·지사 거래 이용 기업 7곳을 적발할 수 있었는데도,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본·지사 거래 비중이 70%를 넘는 사례까지 방치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무역보험공사 사장에게 ▲선적전 보증 심사에서 상습 임금체불 기업을 정확히 확인할 방안 마련, ▲4대 보험 체납 경보 기업에 대한 재보증심사·사후관리 절차 강화, ▲포괄매입 보증 연장 시 자기자금 결제비율 산정 기준 명확화와 본·지사 거래 악용 기업에 대한 제재 및 확인 절차 강화 등을 통보·주의 요구했다.
무역보험공사는 감사 결과를 수용하면서 선적전 보증 심사에서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임금체불 여부 확인을 위한 추가 자료를 확보하고, 4대 보험 체납 경보 기업에 대한 보증한도 감액·실태 점검 등 사후조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포괄매입 보증의 경우 보증부대출 실적증명서 양식을 개정해 산출 기준을 명확히 하고, 본·지사 거래 확인 절차 강화와 보증 중단·보증서 해지 등 제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감사·내부통제 전문지 BLACK EDGE / 장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