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역보험공사)가 수출 중소·중견기업 유동성 지원을 명분으로 시행해 온 수출신용보증(선적전) ‘무감액 만기연장’ 제도가 사실상 폐업 상태 기업에도 적용되며 부실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이 감사에서 제기됐다. 감사원은 무역보험공사가 ‘국세청 휴·폐업 신고’ 여부만으로 연장 중단을 판단하고, 연장 심사를 간소화하며 현장점검까지 생략해 실질 폐업기업을 걸러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옥, 출처: 나무위키>
[블랙엣지뉴스=장우영 기자] 무역보험공사는 무역보험법과 업무방법서에 따라 수출신용보증(선적전)을 운용하며, 보증기업의 보증기간이 만료되면 1년 이내 범위에서 연장 여부를 심사한다. 특히 2019년 1월부터 2025년 8월 현재까지는 수출기업의 단기 유동성 지원과 코로나19 피해 최소화를 내세워 보증한도 감액 없이 보증기간을 연장하는 ‘무감액 만기연장’ 조치를 지속해 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실상 폐업기업’—장기간 매출 부진 등으로 정상 영업이 어렵고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희박한 기업—을 가려내는 장치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코로나19 관련 지침을 적용하면서도 휴·폐업기업 등 계속기업이 아닌 기업, 지원 실익이 없는 기업은 만기연장에서 제외하고, 필요 시 현장조사를 병행하는 것과 대비된다.
반면 무역보험공사는 자체 지침과 내규상 ‘폐업기업(국세청에 휴·폐업 신고된 기업)’에 대해서만 연장을 중단할 뿐, 사실상 폐업기업을 연장 대상에서 제외할 근거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연장을 허용해 왔다.
감사원은 무역보험공사가 2019년 무감액 만기연장 시행 이후 연장 심사를 대폭 간소화했다고 지적했다. 보증기간 연장 시 원래는 다수의 감액 기준(제1호~제26호)을 검토하도록 돼 있는데, 무역보험공사는 이를 6대 감액 사유(제1호~제6호)만 확인하는 방식으로 축소했다. 그 결과, 정상 영업 여부 확인을 위한 방문조사(현장점검)도 사실상 생략됐고, 실질 폐업 여부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런 구조에서는 사실상 폐업기업에 대한 보증 연장을 중단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도 위험이 큰 G·R등급 기업(인수 제한/불가 등급)조차 기본 보증료만 납부하면 보증한도 감액 없이 연장이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봤다.
무역보험공사 내부 신용등급 체계에서 G·R등급은 ‘신용상태 불량 또는 자료 불충분’(G), ‘영업중지·파산·무역보험 사고 관련’(R) 등으로 분류되는 인수 제한/불가 등급이다. 2025년 5월 8일 기준 수출신용보증(선적전) 이용기업 4,580개 가운데 G·R등급 기업은 283개(6.2%)였고, 유효계약액은 935억 원으로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감사원은 무역보험공사 자료를 근거로 G등급 기업의 부도율(PD)이 26.02%에 달해 “4개 중 1개 이상 부도가 발생”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무역보험공사는 연장 심사에서 G·R등급 자체를 위험 신호로 적극 반영하지 못했고, 현장 확인도 생략하는 바람에 실제 영업 여부가 검증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기간(2025년 5월 28일~7월 15일)에 무역보험공사의 수출신용보증(선적전) 이용기업 가운데 부도율이 높은 G·R등급 283개 중에서 3년 연속 당기순손실 기업 등 정상영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102개를 선별했고, 중복을 제거한 결과 124개(보증금액 267.6억 원)를 대상으로 2주간(2025년 6월 30일~7월 11일)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6개 기업(보증금액 약 10.68억 원)이 사실상 폐업 상태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기업에 무감액 연장이 지속되면 채권 회수 가능성이 낮아지고, 보증이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에 지원이 충분히 돌아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감사원은 무역보험공사에 대해, 보증기간 연장 심사에서 방문조사 등을 통해 정상 영업 여부를 점검하고, 사실상 폐업기업으로 확인되면 보증기간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 마련 등 연장심사 내실화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했다.
무역보험공사는 감사 결과를 수용하면서, 사실상 폐업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재보증 심사 때 현장방문을 의무화하고, 경영 정상화 가능성을 판단해 필요 시 보증을 중단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 마련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감사·내부통제 전문지 BLACK EDGE / 장우영 기자